웬디북 리뷰 by 이글랜차일드
많은 사람들이 공상과학소설을 쓰기 위한 기본조건이 풍부한 상상력이라고 하지만 그보다 앞서 갖춰야 할 재능이 있습니다. 사회 시스템에 대한 이해와 미래사회를 구현해 낼 수 있는 정립된 세계관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현실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사고의 확장이 필요한데요, 한 단어로 줄이면 통찰력입니다. 통찰력이 있고 상상력도 있는 사람이 멋진 SF소설을 창조해 낸다고 보면 됩니다.
이런 통찰력이 필요한 학문 중에 하나가 역사입니다. 흩어진 사료와 역사의 편린을 보고 그 시대의 전반적인 인식과 인간에 대한 이해를 해야 하는데요, 그렇다면 통찰력이 검증된 SF작가가 역사소설을 쓴다면 어떻게 될까요? 바로 Philip Reeve의 《Here Lies Arthur》를 생각하면 됩니다.
아서왕이라고 하면 색슨족에 맞서 브리튼을 구한 신화속의 영웅입니다. 수많은 작가가 저마다의 시선으로 아서왕의 전설을 이야기하고 신화화했는데요, Philip Reeve는 이러한 신화와 전설을 걷어내고 정말 곁에서 직접 본 것 같은 현실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제목에는 Arthur가 등장하지만 실제 주인공은 그를 보좌했던 사기에 가까운 마술로 사람들의 눈을 속였던 Myrddin인데요, 이름을 봐서는 아서왕 전설의 대마법사인 Merlin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가 좋게 말하면 패왕이며 나쁘게 말하면 폭군에 가까운 Arthur를 어떻게 미화하고 신화화해서 영웅으로 둔갑시켰는지, 그리고 브리튼 지배를 어떻게 도왔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연히 중세 기사담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넘치는 액션과 모험이 있습니다. 정말 진땀이 흐를 만큼 박진감이 넘치고 짜릿한 스릴을 만끽하게 됩니다. 어마어마한 필력으로 독자들을 순식간에 사로잡습니다. 무엇보다 애잔한 마음을 숨길 수 없는 인간의 한숨이 배여 있습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에 전해지는 짜릿한 전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아서왕의 실존여부는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만 《Here Lies Arthur》를 읽고 나면 분명히 이런 역사가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더불어 역사가 전설로 바뀌는 장면을 목격한 것만 같은 기분입니다. Two Thumbs Up~!
photographed by 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