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고 불안한 마음을 토닥이고 안아주는 고마운 책입니다. 아름다운 펜 그림으로 그려낸 등장인물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용기와 희망을 주어, 꼭 작가에게 선물을 받은 느낌이 듭니다. 이 책을 알게 된 뒤로 소중한 친구에게 선물을 할 일이 있으면 꼭 이 책을 선물하고 있어요. 번역본도 있지만, 작가가 직접 쓴 펜글씨가 그림과 어우러져 한 장 한 장 작품이 되기 때문에 꼭 원서로 소장하고 싶었어요.
번역본으로 먼저 접하고 '아니, 이렇게 사랑스러운 책이!' 하며 원서를 검색해보았네요. 가이젤 아너를 받은 에 이어 나온 Fox and Chick 시리즈로, 총 세 편의 짧은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눈치 없고 말썽꾸러기지만 미워할 수 없는 병아리와, 이런 병아리를 기다려주고 배려하는 마음 넓은 친구 여우가 정말 귀엽습니다. ^^
아이의 시선과 텍스트를 따라가다 보면 작은 존재에게 큰 도시가 어떤 위압감을 주는지 절절하게 공감이 됩니다. 그런데 마치 어른이 아이를 도닥이듯 하는 말이, 큰 도시에서 작은 존재로 살아본 아이가 자기보다 더 작은 존재인 고양이에게 건네는 공감의 말이라는 것을 알고 나면 더 마음이 저릿해집니다. 어려운 시간을 겪어낸 아이의 곁에 따뜻하게 아이를 안아주는 보호자가 있었듯, 길 잃은 고양이도 집으로 돌아와 아이 품에 안겼겠지요?
번역본으로 먼저 접했는데 여운이 가시지 않아 원서를 구매했습니다. '고래'라는 소망의 대상 때문에도, 너무나 아름다운 그림 때문에도 책장을 넘기면서 가슴이 두근두근했습니다.
간절한 소망이 있다면 다른 데 한눈 팔지 말고 그 소망에만 집중하고 기다려야 한다는 뜻으로 읽었는데요, 한편으로는 그러는 동안 장미와 구름과 펠리칸 같은 것은 놓쳐도 될까 의문이 들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시인이란 다른 게 아니라 삶의 매 순간을 온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다른 사람들이 쉬 스쳐지나가는 작은 것들을 발견하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프레드릭이 하는 일을 보면서 '마음챙김(mindfulness)'이 떠올랐어요. 프레드릭 같은 시인의 자세로 일상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에 마음을 쓰고 집중한다면 배가 고프거나 추워도 행복감을 잃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엉뚱하고 조금은 귀찮은 병아리 Chick, 포식자지만 작은 동물보다 채소 스프를 좋아하는 여우 Fox의 너무나 사랑스러운 이야기입니다. 짧은 네 개의 에피소드로 되어 있는데, 엄청난 모험이나 서사가 있는 것은 아니고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이지만 두 주인공이 알콩달콩 주거니 받거니하는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러워 읽는 내내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네요. 이 시리즈의 다음 책도 어서 입고되었으면 좋겠어요!
슬픔이 찾아와도 '괜찮다'는 메시지로 위로를 주는 책입니다. 문앞에 찾아온 슬픔을 두려워해 내치기보다 함께 활동을 하(거나 가만히 있)다 보면 어느새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부드럽고 따뜻한 색감과 그림체가 이 책의 메시지를 한층 효과적으로 전달해주는 것 같습니다. 텍스트도 쉽고 간결해서 아이들과 함께 읽고 대화 나누기에 좋을 듯합니다. 앞, 뒤 면지의 차이를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오래된 책이지만, 소리내서 읽거나 음원을 들어보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를 너무 잘 알 수 있는 책입니다. 표지의 두 주인공의 신나는 동작과 표정처럼 아주 신나는 모험이 신나는 리듬(과 노래를 한다면 멜로디)와 함께 펼쳐집니다. 각종 베리의 나라가 등장하고, 베리의 이름에 어울리는 말장난(word play)으로 된 텍스트를 따라 각 나라에서 새로운 일들이 벌어집니다. 간혹 작가가 만든 단어가 있어 당혹스러울 수도 있지만, 그냥 논다고 생각하고 신나게 읽으면 걱정 없습니다. ^^
세 마리 아기돼지가 늑대를 잡아 서커스를 엽니다. 늑대에게 무슨 짓을 해도 늑대가 물지 않는다면서 이런 저런 묘기를 부립니다. 그런데 묘기의 수위가 점점 높아져 페이지가 넘어갈 수록 조마조마...
서커스의 여러 묘기들과 역할을 그림을 통해 보며 이야기 나눌 수 있고, 그림으로 의미 전달이 많이 되어 글도 어렵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세 마리 아기 돼지의 목소리가 각각 다른 글씨체로 그려져 있어 장식적인 느낌도 납니다. 특히 작가의 특기인 면지 활용을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어느날 Pete가 멋진 단추가 달린 셔츠를 입었는데, 단추가 하나씩 빠져버립니다. 하지만 Pete는 조금도 슬퍼하지 않습니다. "Things come and things go."라는, 어쩌면 어른들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철학을 담고 있지만, 너무나도 시원하게(말 그대로 쿨하게) 그린 그림에서 보여지는 쿨한 Pete의 태도를 보면서 "그래, 그렇지!" 하며 수긍할 수밖에 없습니다. ^^ 박자를 넣어 챈트처럼 따라 부를 수 있는 반복되는 페이지가 있어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편견, 선입견, 편가르기와 같은 어휘들이 떠올라 어른으로서 부끄러워지는 책인 한편, 세계 시민으로서 자라날 아이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책입니다. 제목 그대로 책의 한 가운데 세워진 벽 '이편'에 사는 주인공은 벽 '저편'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편'에 위험이 닥치고 상황이 변합니다. 시대 상황과 맞물려 혹자는 정치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인 이야기로 읽히면 좋겠습니다. ^^ 무엇보다 책의 접지 부분에 벽을 두고 양쪽 페이지를 하나의 '세계'로 구현한 아이디어가 참신하고, 익살스러운 캐릭터들과 수채 느낌의 이미지 모두 책을 보는 즐거움을 더합니다.
유명한 nursery rhyme을 그림책으로 만들었습니다. 시간 흐름에 따라 매 장 다른 동물이 등장해서 하는 특유의 행동으로 스토리가 진행됩니다. 반복되는 똑딱똑딱(hickory dickory dock)하는 말의 소리 자체도 재미있지만 리듬과 라임을 자연스럽게, 그리고 재미를 느끼며 익힐 수 있습니다. 특히 자명종의 추처럼 몸을 움직이며 박자를 맞추고 시계 울리는 소리를 낼 때는 몸을 댕댕 두드리면서 노래를 부르면 더 활동적인 책읽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찢어진 종이, 흘린 자국, 접힌 종이 모서리 등등... 종이 위에 실수를 한 것처럼 생각할 수 있는 요소들을 작품의 일부로 활용을 하는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구현한 책입니다. 플랩, 구겨진 종이, 입체(?) 등 손으로 만지면서 책을 읽고, 읽은 뒤에는 책에 나오는 것을 따라 미술 활동을 해보는 것도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책 속 고양이 세 마리가 독자에게 말을 걸고, 고양이의 요청에 따라 플랩을 넘기는 방식으로 돼 있습니다. "책장 전체를 좀 넘겨줄래?" "털실 좀 던져봐!" "(상자를) 열어줘" 이런 식으로요. 인터렉티브 북이면서 플랩 북 두 가지 요소를 갖추어, 책을 다 읽고 나면 책을 읽었다기 보다 고양이들이랑 재미있게 논 것 같은 기분입니다.
아들이 태어나고 두 달 동안 쓴 책이래요. 아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다고 해요. 우리가 거대한 우주 속 지구란 행성에 살고 있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땅은 어떻고 바다는 어떻고... 처음에는 과학 책인가 싶었지만, 몸에 대해서 알려주면서 '몸을 잘 돌보아라', 동물에 대해 알려주며 '말은 못 하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대해서는 안 돼' 등등... 뒤로 갈 수록 마음을 울리는 가르침이 담겨 있어요. 마지막 copyright 페이지 옆에는 인용구가 두 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작가의 아버지가 해준 말씀이라는 것도 무척 감동적예요.
이 책은 작가가 두 아이를 사산으로 잃고 마음 속에서 떠오른 노래를 수 년이 지나 책으로 쓴 것이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자라고 말썽 피우는 것 보면서 공감하며 읽지만, 후반부로 갈 수록 엄마가 나이들어 가는 것, 그럼에도 다 큰 아들을 안고 사랑한다 노래 불러주는 것이 눈에 더 들어오는 것 같아요. 유튜브로 들으면서 책을 읽는 동안 우리 엄마 생각이 나서 펑펑 울었네요. 이건 어른을 힐링해주는 책 같아요. 아닌 게 아니라,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은퇴한 노인들의 주거 지역에서 많이 판매가 돼서 작가도, 출판사도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크레용들의 파업이라니, 참 재미있는 소재의 그림책입니다. 한 장 한 장 각 크레용이 주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로 되어 있습니다. 글이 다소 길기는 하지만, 아이와 크레용의 불만의 내용을 상상/예측해보며 한 장씩 몇 번에 걸쳐 천천히 읽어보고, 그 색의 크레용으로 그림도 그려보면서 책을 즐기기 좋을 것 같습니다.
잿빛 도시에 눈이 내리는 날, 그걸 제일 먼저 발견하는 건 한 어린 소년입니다. 한 송이 눈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어른들과, 한 송이 눈을 발견하고 '눈이 와요!'라고 하는 아이의 대조가 인상 깊습니다. 시종일관 잿빛이던 하늘이, 눈이 쏟아져 내린 뒤 맑게 갰을 때의 푸르름이 하얗게 도시를 뒤덮인 눈의 색과 함께 가슴을 탁 틔웁니다. 청량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기분. 그림으로 칼데콧 상, 글로 샬롯 졸로토 상을 받은 명작!
영어책이 원서는 아니지만, 우리말보다 원제에 가깝게 번역된 것 같아서 영어 책을 구매했습니다. 눈을 감고 있는 소년을 보여주는 표지에서부터 강렬한 끌림을 느꼈는데, 책을 읽는 내내 마음에서 꿈틀거리는 것이 있었어요. 눈이 보이지 않는 소년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형태가 구체적일 필요가 없는 그림들이 이어져요. 하지만 모두 텍스쳐를 가지고 있고, 그걸 손으로 하나씩 만져보며 손의 촉감으로 이미지를 보게 되요. 글도 그림도 무척 철학적이고 아름답습니다.